[0320] 러시아에선 음식을 한 끼 이상 먹을 수 없다 :: Moscow 10-11 ::

러시아에선 음식을 한 끼 이상 먹을 수 없다.

이건 당연히 낚시질이다. 사람이 어찌 한 끼만 먹고 살 수 있겠는가. 러시아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사람이라면 세 끼는 먹어야 정상이겠지. 하지만 상기 명제의 조건은 먹는 사람이 한국음식에 20년 이상 길들여진 평범한 한국인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그리고 먹는 음식은 당연히 러시아의 전통음식일 것.

러시아의 전통음식들에 대한 소개를 잠깐 해 보려고 한다.

굼 백화점에 들른 김에 러시아 음식에. 도.전. 해보고자 스딸로바이 노메르 57(한국말로 하자면 구내식당 57번 정도)에 들렀다. 다행히도 어렵지 않게 직접 디스플레이된 음식을 살펴보고 골라서 접시에 담으면 마지막에 계산만 하면 되는 코스였다. 세 명이 한꺼번에 갔기에 서로 겹치지 않게 다양한 음식을 시켜서 먹어보았다.

우선 아래 식탁을 살펴보자. 왼쪽 상단이 본인의 접시. 우선 컵에 들은 하얀 액체는 끼피르 라는 것으로 요구르트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맛은 일반적인 우리의 요구르트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 그 시큼한 맛과 느끼한 맛이 마치 소스를 그냥 마시는 듯한 기분이다. 하지만 이 정도는 금방 적응이 된다. 꾹 참고 몸에 좋구나. 라고 생각하고 먹으면 먹을만한 정도. 그리고 잘 아는 오이와 토마토가 보일텐데. 토마토는 평범. 하지만 오이는 역시 시큼하다. 절인 오이인데 정확히 어디에 담가두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주 시큼한 식초에 넣었다가 뺀 듯한 느낌. 그리고 그 앞으로 보이는 것이 둘둘 말은 돼지고기와 당근 채썬것(까푸스따). 돼지고기는 역시나 느끼하고 더군다나 아주 질겼다. 그리고 말은 고기 안 쪽으로는 마치 건포도를 갈은 듯한 단팥 비스무리한 것이 들어있었는데 이것 역시 그나마 먹을만 했다. 당근 채썬 것은 약간 느끼하지만 그래도 본인의 식탁 중에서는 가장 먹을만 했다. 본인이 녹차까지 시키는 바람에 455루블의 가장 많은 값을 치뤘다. 1시간 동안 식사를 하면서 저 음식들을 내 위속으로 꾸역꾸역 밀어넣는 것이. 그 느끼함과 시큼함을 참으면서. 정말 힘들었다.

만일 내가 먹은 것 중에 다시 먹어보라면 당근 채썬 것과 끼피르를 제외하고는 시도해 보지 않을 것이다.

그 오른쪽으로 보이는 접시에는 빵이 한 조각 보이는데 이른 바. 흘리예프. 라고 부르는 전형적인 러시아 식빵이다. 이것 역시 시큼한 맛이 일품. 맛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 만큼 시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옆의 양 쪽에 손잡이가 달린 곳에 담긴 붉은 액체가 바로 러시아를 대표하는 음식 중의 하나인 보르쉬. 우리나라로 치면 스프나 찌개의 한 종류인데 러시아 사람들은 이걸 참 좋아한다. 막 퍼먹는다. 하지만 우리는 왠만큼 비위가 좋지 않은 이상 막 퍼먹지는 못한다. 저 붉은 액체 위에 얹어진 하얀 소스가 바로 스메타나라고 불리우는 역시 시큼한 소스. 사워크림하고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저걸 저 액체에 비벼서 안에 들은 여러가지 건덕지와 함께 떠 먹으면 된다. 기름이 동동 뜨는 것이 아주 느끼함의 극치를 달린다. 그리고 손에 살짝 가린 것이 삘메니라고 부르는 우리나라의 만두와 비슷한 것이다. 이건 가장 우리가 생각하는 만두와 비슷하지만 역시 접시에 기름이 가득. 그리고 이것 또한 스메타나와 함께 먹는다.

마지막으로 정면으로 보이는 것에 있는 스프는. 쉬. 라고 부르는 것인데 한국말로 표현하자면. 기름국이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느끼하다. 난 한 스푼 떠먹고 말았다. 그 앞으로 보이는 것은 버섯그라탕. 이건 정말 노멀. 그리고 왼쪽으로 보이는 것중 왼쪽에 있는 것은 고기양배추쌈. 오른쪽은 감자커틀릿이다. 이것 역시 느끼하지만 그래도 가장 노멀했다고 할 수 있다.

돌려 말하자면. 아니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바로 아래 식탁이 가장 한국인의 입맛에 맞았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에 왔으니 러시아 전통 음식을 제대로 한 번 경험은 해보아야 하지 않겠나. 라는 생각으로 덤볐지만 저녁나절까지 느글거리는 속을 주체할 수 가 없었다.

아래는 음식을 시켜놓고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꺼내들며 끼피르를 한 모금 들이키는 본인. 저 때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일반적인 가정이나 식당에서 먹는 전통 러시아 음식들은 대부분 시거나 느끼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추운 지방에 살아서 그런지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선호하고. 스메타나와 같은 신 맛이 나는 소스를 좋아한다. 치즈도 엄청 좋아하는데 우리나라의 그런 치즈가 아니라 정말 구멍이 송송 뚫려있는 그런 아주 느끼한 치즈를 먹을 수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뭔가 매콤한 것이 같이 있어야만 할 것 같은데 그런 건 전혀 없이 오로지 저런식으로만 식단이 이루어져 있다.

러시아도 다른 외국과 마찬가지로 한.중.일식을 먹기 위해선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한국에서 밥을 먹는 것처럼 밥을 먹기 위해서는 러시아 음식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러시아 음식과 친해지기 위해선 내가 좀 더 느끼해질 필요가 있다.

덧글

  • nibs17 2010/03/21 02:07 # 답글

    음악을 전공하시는 사촌 형님이 러시아 유학 후 사람이 반쪽이 돼서 피골이 상접한 몰골로 돌아오셨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만 하군요;;;
  • purple 2010/03/21 03:31 #

    네 저도 걱정입니다. 저도 여기서 음악공부도 좀 하려고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군요. 먹고살기 위해 온 건데 그게 힘드니 말이죠~
  • 날랄 2010/03/21 16:49 # 답글

    요리실력을 쌓으시면 됩니다. ^^

    역시 물가차가 크군요. +_+ 스딸로바야에서 한끼식사가 455루블이라니...
    처음 시도해보신 러시아 음식이라 아마 문화충격이 꽤 되셨을껍니다.
    그런데 간과하시면 안될 점은 스딸로바야에서 식사를 하셨다는 점입니다.
    제대로 된 레스토랑에서 같은 메뉴를 시도해보셨으면 훨씬 인상이 좋았을꺼예요.
    (우리나라로 치면 대학구내식당에서 식권사서 먹어본 한국음식 정도의 질이였겠죠)
  • purple 2010/03/21 23:01 #

    삐쩨르에 사시는군요. ^_^ 피아노를 치신다니 부럽습니다. 저는 여기와서 기타치는 걸 다 까먹게 생겼습니다 --;; 근데 삐쩨르랑 모스크바도 물가차이가 꽤 나는군요. 거기는 어느정도 하는지?
    오늘 욜끼빨끼를 갔다왔는데 샐러드바를 먹어봤는데 우리나라랑 비슷하더군요. 일단 다음에 제대로 된 레스토랑에서 한 번 먹어보고, 얼른 집 구하면 요리를 해야지요 ㅋㅋ
  • 날랄 2010/03/21 23:27 #

    제가 일하는 곳 스딸로바야에서
    샐러드는 50루블 선, 메인요리는 150루블 선, 가르니르는 20루블 선 정도거든요.
    학교식당에서도 많아봐야 300루블 정도에서 한끼 해결을 하곤 하는데
    모스끄바가 삐쩨르 물가의 1.5~2배정도라고 하는데 맞는 말인가보네요;;

    그래도 모스끄바가 이곳에 비하면 한국음식 재료 구하기도 훨씬 수월하니
    요리에 도전하심이 제일 현실적인 거 같네요. ^^
    (저는 심지어는 김치도 할 줄 안다는.....)
  • purple 2010/03/22 05:13 #

    헉! 김치까지...-_-;; 대단하십니다. 그렇다면 배추를 구해서 하시는 건가요? 한국에서 같은 배추를 구하는 건 쉽지 않다고 하던데...
    사실 스딸로바야에서도 비슷합니다. 전채요리가 50~60루블, 메인이 150~250루블 선이니 대충해서 350선에서 해결가능합니다. 다만 제가 처음이라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보느라 많이 나온거죠 ^_^;;
    오늘 봤는데 확실히 한국음식 구할 곳은 많이 있더군요. 한국에서 사온 김치를 가지고 왔더니 -_- 슬슬 호텔에 김치냄새가 퍼지는 것 같습니다. 얼른 여기를 나가야할텐데 말이죠...쩝!
    전 김치까지는 아니라도 김치찌게라도 해먹어야겠네요 ㅋㅋㅋ
  • 양몽구 2010/03/21 22:51 # 답글

    키슬로 스메타나는 사워크림 맞아요. 쉬...기름국-_- 음 비슷하긴 하지만 전 별로 느끼함을 못 느껴서 그런지 그렇게 부담 안되더라고요.그냥 우리나라 고깃국이랑 비슷하다고 느꼈... 느끼한 음식 잘 못 드시나봐요.
    좋은 레스토랑에서는 기름도 더 질 좋은 걸 쓰고 재료도 비교적 더 신선해서 맛이 다를 겁니다.
    치즈, 빵, 샐러드 같은 기본적인 음식에 입맛 잘 길들여보세요. 한국음식 비싼 곳에서는 그게 절약과 건강의 길이긴 합니다. ^^;;
  • purple 2010/03/21 23:02 #

    네 오늘도 다시 한 번 느끼고 있습니다. ㅋㅋㅋ 자꾸 먹다보면 익숙해지겠지요. 느끼한 남자가 되기 위해서 노력중입니다. 워낙 맵고 짠 걸 먹다가 오다보니 아직은 잘 적응이 안 되네요.
    정말 건강을 위해서 기본적인 음식에 매일 도전! 해야겠습니다. ^_^ (기름국은 너무 오바인가요? ㅋ)
  • 악동미랭 2010/03/22 10:05 # 삭제 답글

    난 여기서도 먹기 힘드렁!!!!!!!!!!!!!!!!!!
    이건 배는 뒤돌아서면 고프공...
    완젼 사람 돌아버리겠다이...
    어찌 잘 간거 같긴 하네.. 연락이 없어설 어찌 갔나햇지~~
    나동 바쁘고 정신 없어설 못 챙겼다이~~~~~
    잘 적응하고~!!!!!!^^
  • purple 2010/03/22 22:33 #

    넌 원래 그랬잖아 ㅋㅋㅋ 난 원래 어디든 잘 적응하니까 걱정하지마셈 @_@;; (아 근데 왜 감기가 걸렸지 ㅠ_ㅠ) 우야든동 행복하게 잘 살고 애기 낳으면 사진이나 보내주삼 ㅋㅋㅋ
  • inuse 2010/03/22 23:18 # 답글

    나 말고도 블로그에 오는 사람들이 많았군 핫핫.
  • purple 2010/03/23 02:05 # 답글

    훗. 갑자기 많아졌다구! 이거 참 신기한 걸??? ㅋㅋㅋㅋ 러시아는 이런 존재인가!!
  • ming 2010/03/29 21:14 # 삭제 답글

    메롱 훈쿤 ㅋㅋㅋ
  • purple 2010/03/30 03:28 # 답글

    머야 뒤늦게 와서는 메롱이라니!!! 퇴근이나 일찍 일찍 하라구! ㅋㅋ
  • sss라인 2010/04/28 08:51 # 삭제 답글

    ㄹㅇㅇㄹㅇㄹㅇ
  • purple 2010/05/03 17:20 #

    뉘신지???
  • 박혜연 2010/06/06 18:22 # 삭제 답글

    진짜 러시아뿐만이 아니라 중동권지역이랑 유럽권음식들 전부 니끼하고 향신료 들어가고 한마디로 너무 짜거나 너무 달거나 그거얘요! 대한민국처럼 짜고 맵고 달달하고 매콤하고 담백한것등은 러시아에서는 절대 안통한다고 어느 러시아선교사님이그러시더군요?
  • 박혜연 2010/06/06 18:29 # 삭제 답글

    그리고 저야 러시아음식같은거 잘먹는편입니다! 주로 동대문운동장 근처의 함바집같은 러시아음식점이나 우즈벡음식점에서 먹는데요! 맛은 조금 차이가 납니다! 중앙아시아지역은 특히 러시아식과는 조금다른 느낌이 들정도라나?
  • purple 2010/06/06 23:34 #

    네 확실히 우리가 러시아 음식을 주식으로 못 먹는 것 처럼 러시아 사람들도 마찬가진가봐요. 그 사람들은 스시나 볶음밥이나 양념이 없는 덮밥 정도 까지 가능한 것 같더라구요. 저도 소치가서 우크라이나 음식 먹어봤는데 오히려 러시아 음식보다는 입맛에 맞더라구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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