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30] 모스크바 지하철 폭탄 테러 :: Moscow 10-11 ::

어제 아침에 일어나서 형들 전화받고 지하철로 나가서 어제 처음 모스크바 들어온 형을 데리고 학교에 등록하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모스크바에 온 지 2주 째. 처음에는 좀 무서웠지만 이제는 적당히 적응되서 지하철도 탈만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즈음이었다. 러시아도 모스크바 시내에서는 출퇴근 시간대 교통지옥이 심각하다. 그래서 짧은 거리라도 1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대신 러시아 지하철은 엄청 빠르다. 거의 1분 이내 간격으로 지하철이 연달아 들어오는데다 속도도 빨라서 대중교통 중 가장 빠르다고 할 수 있다. 정말 서민을 위한 대중교통이라고 할 수 있다.

8시30분 집을 나서서 8시40분 지하철 도착. 우리 집 바로 앞에 있는 유고자빠드나야 역에서 지하철 탑승. 한 대를 먼저 보내고 8시44분 지하철 탑승. 근데 지하철이 문을 닫지 않고 약 20분간 그대로 멈춰 서 있는거다. 안내방송이 나오지만 뭐라고 하는 지 알아들을 수 없다. 지하철 안의 사람들도 별 다른 동요가 없다. 다들 대부분 그대로 있다. 몇 몇 사람들이 내려서 걸어가겠다고 할 뿐이다. 우리는 그냥 그렇게 지하철에서 20분간 기다리고 학교로 출발했다.

학교에 도착 1시간 즈음 수업을 하고 쉬는시간. 수업중에 형들 전화가 계속 울렸고 쉬는 시간을 통해 전화를 하는데 밖에 나가지 말란다. 오전에 지하철에서 2건의 폭탄이 터졌다는 거다. 섬뜩했다. 선생에게 우리 집으로 가야겠다고 이야기하자 안 그래도 몇몇 선생을 비롯해 학생들이 오전에 학교로 나오지 않았다는 건다. 젠장. 그러면서 왜 이야기를 해주지 않은거지. 어쨋든 우리는 불안한 마음에 2정거장을 걸어서 돌아가기로 했다. 러시아 지하철의 한 정거장은 제법 멀다. 걸어서는 20~30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 학교에서 나오자 길거리 곳곳에 총을 든 경찰들이 보인다. 상황이 심각한 것 같다.

우선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우리 집으로 모여서 뉴스를 틀었다. 간신히 사전 검색해 가면서 뉴스에 뜬 헤드라인을 번역해 보니 오후 1시 현재 35명 사명, 73명 부상이란다. 이건 대형참사다. 7시44분 1건. 8시40분 1건. 그 시간엔 나도 지하철에 있었다. 폭탄이 터진 곳에서 겨우 6정거장 떨어진 곳에서. 센터에서 가까운 역 하나와 남쪽에 있는 순환선을 갈아타는 역 하나다. 순환선하고 겹치는 그 역은 나도 미술관과 영사관을 가기 위해서 두 번이나 들렀던 곳이다. 만약 오늘 영사관을 가기로 했다거나 센터에 사는 친구들이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마음 먹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니 몸서리가 쳐진다.

체첸 반군의 자살폭탄 테러라고 한다. 왜 항상 테러는 불특정 다수 그것도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일까. 그것이 진정한 테러인가. 공격하고자 하는 사람의 심리를 움직이고 불안감을 조장하기 위해 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 자신의 목숨을 하나 버리고 조국에 충성한다는 사람의 명목으로 정당화 될 수 있는지 과연 의문이다. 해당 역사에는 분향소가 차려졌다. 울먹이는 사람들을 보며 도대체 무엇이 이 테러의 목적이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함으로 인해서 과연 원하는 결과를 그들은 얻었을까. 대량살상용 무기인 TNT가 왜 낡은 모스크바 지하철 안에서. 전쟁도 아닌 평화로운 아침 출근시간에 터져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괜히 타 인종들에 대한 배척감이 심해져 안 그래도 다가오고 있는 스킨헤드 활동 전성기에 스킨헤드가 더 미쳐 날뛰지 않을까 여기저기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모스크바라는 도시 정말 만만한 곳이 아니다. 입국하기 전에 2건. 입국하고 나서는 테러 1건. 이거야 원.

그러면서도 오늘 아침 또 학교 등하교를 지하철로 했다. 어쩔 수 없다. 어제보다는 이용객이 확 줄었다. 모스크바에 온 지 이제 2주. 시간이 참 길게도 돌아간다. 겨우 2주인데 마치 2달은 넘게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그래도 일 안하니까 좋지라고 하나같이 물어보지만. 생명을 담보로 살아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 마저도 스트레스가 아니라고 하기는 어렵다. 나는 지하철도 두려워해야 하고. 스킨헤드도 두려워 해야 한다. 길거리의 경찰도. 지하철에서는 벽에 등을 대고 있어야 하고. 길거리에서 혼자 걸을때는 항상 전후좌우를 살펴야하고. 조금이라도 스킨헤드로 의심되면 멀찍이 지나치면서 한 동안 계속 뒤를 돌아봐야 하고. 밤 10시가 넘어서는 집으로 뛰어 들어가야 하고. 되도록이면 경찰과는 눈을 마주치지 말아야하고. 과잉반응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2건의 사고 이후 현지 교민들도 몸을 많이 사리고 있다. 해당 사고가 발생한 지역에서는 거의 한국인이 빠져 나간 상태다. 그런 곳에 난 제발로 걸어 들어왔으니.

앞으로 1년간의 생활이 어떻게 될 지 자못 나 조차도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한국 뉴스에도 떴다고 하는데 아래 주소에서 영상을 볼 수 있다. 번역 따위 부탁하지는 말자. 나도 알 수 없다.
http://www.rosbalt.ru/2010/03/29/723886.html

덧글

  • 2010/04/01 22:0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0/04/02 22:0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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