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3] 모스크바 생활, 한 달 :: Moscow 10-11 ::

오늘로서 모스크바라는 곳에 발을 디딘 지 꼬박 30일. 그러니까 한 달이 지났다. 그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정신없이 시간들이 지나가는 통에 오매불망 꿈꿔왔던 휴식이란 것은 제대로 취해보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이제 한 달이 지나고 해야할 일들도 하나 둘 씩 정리가 되가면서 뭔가 안정을 찾는 듯 하다.

지하철 폭탄테러가 있은 후로 되도록이면 지하철 타는 것을 피했다. 사실 모스크바라는. 러시아라는 곳을 공부하러 와서 이 곳의 대중교통수단인 지하철을 타지 않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그래도 안전은 안전이니까. 라고 말하면 뭐하지만 사실 그 다음날부터 바로 지하철을 타고 학교를 왔다갔다 했다. 다만 좀 더 빨리 차를 살 수 있도록 서둘렀을 뿐이지.

차를 사면서 또 한번 느낀것은 언어의 한계와 기다림을 미학이라고 표현할 정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겪을 수 있는 것들이지만. 어쨋든 나는 여기 외국인의 입장으로 와 있고. 외국인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모든 것들이 모스크바나 러시아의 다른 도시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비슷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우선 차량 구매를 결정하고 차량 판매딜러샵에 들러서 돈을 지불하고 그 샵에서 나오는 데까지 무려 6시간이 걸렸다. 이 사람들 보통 퇴근시간이 되면 바람같이 사라지기 때문에 우리는 넉넉잡고 돈만 주면 되겠거니하고 2시간 여유를 두고 4시에 샵을 방문했다. 하지만 거기서 내가 싸인한 것만 무려 20번이 넘는 것 같고 보험 등록절차를 포함해서 최종적으로 내 손에 키가 쥐어지기까지 우리는 하루종일 배를 곯아가면서 버텨야 했다.

다음 날은 아마 공항에서 처음 입국심사를 받던 날 이후로 최고조를 달렸던 날이 아닌가 싶다. 데뻬에스(ДПС)라고 불리우는 교통경찰에게 걸리지 않기 위해서-이 나라를 들어오기 전에 외국인이 차를 몰고 다니면 수시로 교통경찰들이 차를 세운다음에 트집을 잡아서 뇌물을 요구한다는 이야기를 너무나 많이 들어서-새벽 5시50분에 일어나 차를 몰고 자동차 등록소로 향했다. 새차의 내음을 만끽하며 첫 기름을 먹여준 다음 상쾌하게 출발하던 찰나 주유소를 나섬과 동시에 도로를 타고 달려오는 교통경찰의 차량을 스쳐지나가게 되었다. 아니다 다를까 차창 밖으로 빨간 야광봉을 꺼내들더니 차를 세우라는 것이다. 이유인 즉슨, 차량 번호판도 안 단 것들이 그것도 동양인 네명이서 똑같은 차를 몰고 가는 것이 수상하다는 것이다. 즉 훔친 차 아니냐는 것이다. 다행히 선두에 가던 사람이 내려서 러시아어를 전혀 못 알아듣는 척 하며-사실 인사말 이후로는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고 한다-영어로 Registration. Police. New car 만 반복했더니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해서 국제운전면허증과 그 전날 받았던 무수히 많은 서류를 보여줬더니 다행히도 아무런 트집도 잡지 않고 통과를 시켜줬다. 그렇게 1시간 여를 달려서 9시에 문을 여는 자동차 등록소에 도착한 시간은 7시30분. 1시간 반 가량을 기다려 도움을 주기로 하신 분을 만나 9시에 투입. 대충의 프로세스는 이렇게 진행되었다. 자동차 등록요청-기다림-등록비용 지불-등록기계고장-기다림-차량번호 대조검사-기다림-자동차 번호판 등록요청-기다림-한참 기다림-번호판 받음-신체검사소로 이동-별로 안 기다리고 형식상의 의학검사실시-기술검사소로 2시간 가량 걸려서 차량이동-기다리려다가 포기함.




기술검사라는 것은 1달이내로 받으면 된다고 하는데 사실 업자들은 무려 5시부터 나와서 기다리고 일반인이 하려고 해도 8시에는 와서 줄서서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여기서도 줄이 사실 상 없다고 한다. 안에서 불러주는 순서대로 라고 하는데 이게 또 돈과 연루되어 있고. 우연찮게 일찍 차고로 들어간다고 해도-차량 검사를 하는데 한 대 들어가면 차고 문을 닫고 한다-거기서 생트집을 잡아서 정비소로 보내버리면 거기서 일정금액 이상을 지불하고 다시 돌아와서 한참을 기다려야 통과라고 한다. 정말 뭐든지 쉬운게 없는 나라다.

하지만 차가 생기고 나니까 여유가 많이 생긴다. 쇼핑도 하고 싶은대로 잔뜩 할 수 있고. 라고 생각했지만 차를 사고 나니까 돈이 없어져서 기름 넣고 장 볼 돈이 사라졌다. 젠장. 어쨋든 이제 용산상가 같은 곳에 가서 네비도 인터넷 가격보다 400루블이나 깎아서 사고 여기저기 맘대로 돌아다닐 수 있게 되고 보니 맘이 편하다. 저번 주말에는 기타치는 친구들과 함께 모스크바 시내에 있는 악기점에 기타를 사기위해서 들렀다. 두 군데를 들렀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작고 전시되어 있는 모델도 적고 가격도 너무 비싸서 오프라인 구매는 포기하고 집에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 아직까지 말이 안통해서 불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돈 주고 사는 건데 다 되겠지 싶어서 질렀다. 다행히 여기는 일단 물건을 가지고 집으로 배달오면 캐리어에게 돈을 지불하는 시스템이어서 인터넷으로 사기 당할 우려는 없을 것 같다.

자. 이제 한 달 살았고 어느정도 생활에 적응도 되고 하니 맘이 편하다. 라는 생각으로 오늘 학교를 갔다가 토할 뻔 했다. 이 정도면 생활하는데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단지 우리가 돈을 지불하는 형태의 행동만 해왔기 때문이었나. 학교에서 클래스를 다른 반으로 옮겨줬는데 너무 하이클래스로 옮겨 주는 바람에 그야 말로 4시간 동안 반 벙어리. 반 귀머거리가 되어서 있었다. 학교에 항의.를 좀 해서 다시 클래스를 내려달라고 했는데 아직도 러시아어를 배우는 길은 멀기만 한가보다.

이제 집에서 밥도 곧잘 해먹고. 설겆이도 잘 하고. 1주일에 한 번씩 서너시간씩 꼬박꼬박 집 청소도 한다. 버섯도 볶아먹고. 김치찌개도 해먹고. 된장찌개도 해먹고. 콩나물국도 끓여먹고. 이러다 정말 김치까지 담그지 싶다. 어째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부지런해진 것 같긴한데. 여기서 조금만 긴장 늦추면 폐인되기는 순식간일 것 같다.이제 1/12을 지나왔는데 앞으로 11/12는 어떨지 궁금하다.

젠장. 4월20일이 히틀러 생일. 4월22일이 레닌 생일. 4월30일이 히틀러 사망일. 5월9일이 승전기념일. 이라 스킨헤드 활동이 극에 달하는 시점이라 4월 중순. 즉 이번주 부터 5월 중순까지는 거의 활동을 자제하고 집에 틀어박혀 있어야 하는 시기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기가 공연때는 대목에 속하는 것인지 이 사이에 메탈리카. U2. 잉베이 맘스틴. 게리 무어까지 아주 대형 투어들이 모스크바에 속속 들어온다. 처음 모스크바 와서 메탈리카 공연 포스터를 보고 아무 생각없이. 가야지. 라고 생각했으나. 날짜가 4월24-25일인것을 보고 포기했다. 아쉽다. 미국에서 에릭 클랩튼과 존 페트루치 공연을 못 보고 온 이후로 두고두고 생각날 아쉬운 공연이 되지 않을까 싶다.

덧글

  • inuse 2010/04/16 23:21 # 답글

    헐! 이상하게 생겼네!
  • inuse 2010/04/16 23:21 # 답글

    차는 니싼!이구만!
  • purple 2010/04/17 01:14 #

    짧은 두 문장을 한 꺼번에 못 쓰고 나눠서 쓰다니 @_@ 역시 관찰력이 떨어져 ㅋㅋ
  • mal 2010/04/21 14:05 # 삭제 답글

    후니 러시아인 같아졌어!!!!
  • purple 2010/04/23 03:31 #

    이봐 -_- 아무리 봐도 똑같은데 뭐가 러시아인 같다는거야! 러시아인 같은 건 도대체 머지 -_-;;
  • 조스짱 2010/05/09 18:56 # 답글

    꺄 ! ㅋ_ㅋ 훈님 안녕하세요 ~ 이글루스를 잘 안써서 방금 댓글보고 왔어요! 훈님은 러시아에 계시는군요 :) 히히.. 굉장할 때 굉장한 밴드들이 많이 오는군요 '-');; 메탈리카. U2. 잉베이 맘스틴. 게리 무어.. 왕..!
  • purple 2010/05/10 18:39 #

    ㅋㅋ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굉장한 밴드들이 많이 오는데...어쨋든 6월부터 오는 밴드들도 있으니 크랜베리스, 건스앤로지스 등등...그건 보러가려구요! 잘 지내고 계시죠? ㅋㅋ
  • inuse 2010/05/13 18:09 # 답글

    집집, 집 사진!
  • purple 2010/05/14 00:38 #

    집 사진에 목 매는구만! ㅋㅋㅋㅋ 이메일로 보내줄께! 근데 @_@ 이메일 주소가 머였지? ㅋㅋ 문자로 날려! 그리고 사진 못 받아왔어 ㅠ_ㅠ 집사진만 보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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